💬임찬양 노을 대표의 하우투 Season 4 | 그의하우투 | 노을 | 1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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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우투] 스타트업 노을의 코스닥 상장 체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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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작년 7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남기문 대표께서 스타트업 '노을'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기고를 해주셨습니다. 남 대표님은 "너무 착한 스타트업이라 걱정했던 곳"이라고 했습니다. 노을은 혈액 및 암 진단을 위한 체외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모두 병원에서 피검사 해봤고, 혈액 분석 기기쯤은 어느 병원에나 있지 않으냐고요?
네.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 진단을 위한 기존 기기들은 아주 비싸고, (수요에 비해) 기기 보유 숫자도 적다네요. 국내 대형병원에서도요. 특히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에선 이 문제가 더 심각하고요. 그래서 노을은 이 혈액 진단을 보다 빠르고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싸게 할 수 있는 키트와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공동창업가인 이동영 대표는 수년간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처음엔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친구이자 VC 심사역이었던 임찬양 대표와 손을 잡고 만든 회사가 노을입니다.
너무 착해서 걱정이라던 노을은 지난 3월 3일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습니다. 2015년 창업부터 작년 시리즈C 투자 유치와 상장까지. 스타트업으로는 빠르게 IPO까지 도달한 셈인데요. 스타트업의 상장 체험기가 궁금해 임찬양 대표님께 연락해봤습니다. 오늘의 '그의 하우투'는 스타트업 노을의 생생한 상장 체험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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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당일 거래소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임찬양(가운데), 이동영(오른쪽에서 두번째) 공동창업자. 임찬양 대표의 손을 보면 황소 기념패를 들고 있다./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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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준비하고 심사받는 기간은 얼마 정도 걸렸나요
1년 반쯤 걸렸던 것 같습니다. 우선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야 했고, 이걸 바탕으로 상장 예비심사청구를 해야했고요. 준비 기간부터 실제 심사를 받는 네 달이 넘는 기간 등 전부 합치면 1년 반 정도 걸렸네요.
심사 과정은요.
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게 되면 심사절차가 시작됩니다. 예비심사청구서는 회사의 재무, 운영, 법률, 사업, 기술, 생산, 조직 등 전 분야에 걸쳐 세부 내용을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후 담당 심사역이 배정되고 수차례의 미팅과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상장 여부를 심사받게 됩니다. 300여 개가 넘는 서면 질문을 받았고 굉장히 까다로운 질문과 요청사항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잘 넘기면 상장심의위원회 개최 일정을 통보받게 되고, 반대로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자진철회를 하게 됩니다.
300개나요? 어떤 까다로운 질문이 있었나요.
과거에 해왔던 것들, 그러니까 창업 초기 결정들에 대해서도 설명과 해명을 요구합니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부터 상장을 생각하고 운영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기업 지켜야 할 법이나 재무 이슈를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이 있죠. 그런 결정들에 대해서 전부 하나씩 설명과 해명을 요구합니다. '이때 이런 결정은 왜 했나, 주주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등의 날카로운 질문들이죠.
저는 심사역도 했고, 나이도 있는 편이라 최대한 전자결재나 증빙 서류를 남겨두고 자문을 많이 구했습니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결정들을 대충 넘겼다면 오늘 상장이 발목 잡혔을 수도 있었거든요. 상장을 생각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항상 모든 의사결정에 신중해야 합니다.
투자심사역도 상장심사역도 같은 심사역인데요.
확실히 달랐습니다. VC투자는 개인과 개인, 그리고 꿈과 비전에 대한 평가도 같이 들어갑니다. 심사역 개인의 성향, 창업자 개인의 성향과 둘의 인간적인 화학작용이 딜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요. 매출, 영업이익, 기업가치 등 숫자를 제시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와 비전을 담아 말하기도 합니다.
상장은 달랐습니다. 정말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숫자를 제시해야 하고, 모든 숫자에 꼼꼼한 근거를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상장심사역은 여럿이 구성된 팀이고, 외부 위원들과 전문가분들도 계십니다. 그 분들이 모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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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최후 발언? 최종 소명 같은 면접도 있다면서요. 상장심의위원회라고 합니다. 외부 전문가와 거래소 주요 임원분들이 들어오시고요. 1~2시간 정도 진행하고 당일 오후에 상장 여부를 통보받죠. 막상 자리에 들어가면 대부분 질문이 그동안 서면을 통해 주고받았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질문들을 다시 물어봅니다. 아니면 아주 예민한 쟁점 사항들을요. 얼굴을 맞대고 직접 이야기를 듣고 최종 판단을 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준비했던 내용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나왔습니다. 대표자는 위원회가 개최될 동안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 앞과 뒤에 심의받는 대표님들과 같이 대기했습니다. 과거에는 위원회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만 대표자를 소환하여 일명 사형선고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타 회사 대표님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노을은 어떤 면을 어필했기에, 심사를 통과했다 생각하나요 심사위원분들이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크게 ESG, 그리고 수출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글로벌 진출, 수출 가능성, 그리고 이 진단기기와 키트가 정말 세계적으로도 새롭고 유니크한 기술인지. 놀랐던 측면은 ESG와 기술의 사회, 윤리적 공헌. 이 분야에 관심과 지식도 해박하셨습니다. 또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과 거버넌스 그 자체도 꼼꼼하게 보셨고요. 최근 각종 횡령 사건이나 이런 것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심사 통과하면 이제 공모가 책정하는 작업에 들어가나요 상장심사를 통과하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의 최종 리뷰 과정입니다. 최근에는 미래 추정 근거에 대한 보완 요구가 많은 편이고, 금감원 리뷰가 끝나면 최종 상장 일정이 확정됩니다. 상장일 2주 정도 전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공모가가 결정됩니다. 신규 상장주식의 약 70%가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됩니다. 하루 평균 5-6회 IR을 약 2주간 진행됩니다. 아주 강행군이었습니다.
희망 공모가 범위(1만 3000원~1만 7000원)보다 공모가(1만원)가 낮았습니다. 인기가 많진 않았군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관련 주식들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지금은 투자하기 곤란한 상황이다'라는 답을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기관투자자들은 VC와 호흡과 관점이 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자 대부분이 상장 첫날 매도하고 있고, 특히 IR을 진행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보다는 상장 당일 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가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거나, 투자 심리나 트렌드를 탈 만한 요소가 있는가를 주로 보는 것이죠. VC는 수년 이상 긴 호흡으로 기업 가치를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데 말이죠.
'지금 같이 바이오주가 얼어붙은 장에서 노을이 상장을 하더라도 주가가 빠르게 치솟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냉정한 판단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을은 그런 회사도, 그런 아이템도 아니니까요. 다행히 해외 기관들 중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이 꽤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예정됐던 해외기관 IR 일정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소화를 못했는데도요.
시리즈C 주가보다 낮았다던데, 주주들의 반발이 있진 않았나요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합니다. 보통 기관 투자자들의 90% 이상이 제시한 금액으로 공모가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모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이 단계에서 상장 철회가 가능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단계에서 상장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긴 하죠. 노을도 공모가가 시리즈C 금액보다도 낮게 결정되어 투자자들과 내부적으로 공모가 결정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께서 중장기 보유 목적으로 투자를 하셨고,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장으로 결정했습니다.
상장 당일, 자본시장의 샤머니즘을 느꼈다고요?
오전에 거래소에서 상장계약서 서명과 환영식을 진행합니다. 강세장을 의미하는 황소 기념패를 주고요. 참석한 모든 분들이 붉은 넥타이와 붉은 마스크를 하고 계셨고, 저희에게도 선물해주셨습니다. 빅데이터가 움직인다는 첨단 자본시장에 이런 샤머니즘적 관습이 남아있다니 신기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머리 위 대형 스크린에 노을 이름이 빙빙 도는 걸 보니 진짜 상장했구나. 실감났습니다.
상장 후 소감은
스타트업계에서는 나름 촉망받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회사였지만, 코스닥 시장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이름조차 못 들어본 회사였구나. 냉정한 현실 직시랄까요. 빨리 글로벌 회사로 빨리 성장해서 증권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의지를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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